화재보험 실무에서는 화재로 인한 손해를 복구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폐기물처리비용을 보상하지 않습니다. 약관에 ‘폐기물처리비용은 포함하지 않습니다.’란 문항도 있고, 사건을 수임한 손해사정 담당자는 이를 수없이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설명해 왔던터라 약관내용과 함께 그 안내를 받으면 개운하진 않지만 수긍을 하게 되죠. 그런데 화재보험에서는 폐기물처리비용을 보상하지 않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요?
화재보험 보통약관 보상하는 손해
① 회사는 보험기간 중에 보험의 목적이 화재로 입은 아래의 손해(이하「화재손해」라 합
니다)를 보상합니다.
1. 화재에 따른 직접손해
2. 화재에 따른 소방손해(화재진압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
3. 화재에 따른 피난손해(피난지에서 5일 동안에 보험의 목적에 생긴 위 제1호, 제2호
의 손해를 포함합니다)
② 회사는 보험의 목적이 주택 및 이에 수용된 가재일 경우에는 폭발, 파열로 입은 손해
도 보상합니다.
③ 회사는 제1항 및 제2항에서 보장하는 위험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계약자 또
는 피보험자가 지출한 잔존물 제거비용을 추가로 지급합니다.
④ 제3항의 잔존물 제거비용이라 함은 사고현장에서의 잔존물의 해체비용, 청소비용 및
차에 싣는 비용을 말합니다. 다만, 제1항 및 제2항에서 보장하지 않는 위험으로 보험
의 목적이 손해를 입거나 관계법령에 의하여 제거됨으로써 생긴 손해에 대하여는 보
상하지 않습니다.
<용어해설>
[청소비용] 사고현장 및 인근 지역의 토양, 대기 및 수질 오염물질 제거비용과 차에 실은 후 폐기물 처리비용은 포함하지 않습니다.
보험자의 주장
보험자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전항의 화재보험 보통약관 보상하는 손해 중 잔존물 제거비용에는 폐기물 처리비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폐기물처리비용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이는 철거비나 폐기물처리비용이 화재에 따른 직접손해가 아닌 비용 성격으로 판단하고, 폐기물처리비용은 보상하지 않고, 철거비만 잔존물제거비용으로 일부 지급하겠다는 것입니다. 근래에는 폐기물처리비용담보특별약관을 만들어 보통약관에서는 보상하지 않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화재로 인한 건물 수리 시에 지출한 철거비와 폐기물처리비는 화재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건물수리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를 손해액에 산입되지 아니하는 별도의 비용으로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02다64520 [보험금] 참조)
문제점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화재보험 실무에서 화재사고 발생 시, 보험 목적물의 복구를 위해 발생하는 폐기물처리비용은 보상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두에 기술한 바와 같이 폐기물처리비용은 사건을 수임한 손해사정 담당자의 안내로 분쟁이 붉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고, 만약 납득하지 못하는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있더라도 뾰족한 대응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보험사를 강제하기 위해선 사실상 법적분쟁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건에서 전체 손해액 대비 폐기물처리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고, 법정분쟁에 소요되는 시간, 비용 등을 고려하였을 때 실익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죠.
자정작용으로 관행이 깨지는 일은 아마 없겠죠. 다만, 반복되는 분쟁에 대해서는 약관개정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