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살펴본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약칭 실화책임법)’에 따른 배상의무자의 책임경감에 대한 입법취지는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피해자 입장에서 억울함을 지우기는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화재보험을 통해 보상받는 것이 가장 좋은 상황이겠지만 만약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근의 실화자로 인해 연소(聯疏)피해를 입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증거수집 및 현장보존
화재사고 직전 및 발생 당시와 그 이후에 실화자 또는 최초 발화지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화재현장을 최대한 보존해야 합니다. 물론, 사고 직후 경찰서, 소방서 등 관계당국에서 화재원인에 대한 감식을 진행하면서 대부분의 증거를 수집합니다만, 경찰서는 화재원인을 조사는 목적이 범죄혐의 입증/확인에 있고, 소방서는 화재예방/방지 등 안전대책의 자료로써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내용까지는 자세히 다루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화재인지가 늦고, 화재하중이 높아 확산이 급격하게 된 경우나 소방대가 진화과정에서 확산방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건물을 전도시키는 경우 등은 최초 발화지 추정이나 화재원인에 대한 감식이 어려워 원인미상 화재로 남을 수 있으므로 이런 경우들은 초기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증거보존 신청과 법원을 통한 화재원인 감정의 진행까지도 고려해봐야 할 것입니다.
손해액 입증
화재피해를 처음 입은 많은 분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손해액 입증입니다. 큰 틀로 보면 사실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이번 화재사고로 손해가 발생한 목적물의 피해 사진, 그리고 이 사진으로 확인되는 손해에 대한 복구비용, 마지막으로 청구하는 복구비용의 항목이나 단가의 적정성을 입증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하셔야 할 점은, 손해가 발생한 목적물의 피해사진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눈에 익고 당연한 손해들이 제3자에게는 생소할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내역들의 단순한 나열은 실제 소송에서도 ‘실제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렵고, 달리 손해액을 산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인정되지 않습니다.
건물 손해의 경우 천장틀 같이 내부의 손해가 확인되는 사진이나 도면이 없다면 치수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 그리고 손해 경계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 등과 같이 주장할 모든 손해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자료를 준비하셔야 합니다. 기계나 집기비품 같은 경우는 제원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 있으면 훨씬 수월하실 것입니다. 복구비용과 그 적정성 입증은 일위대가나 매입자료 등의 증빙자료로 적정성을 입증하는데, 이 부분은 견적을 의뢰한 업체의 서류업무 수준에 따라 난이도가 달리지니 복구나 견적을 의뢰 하실 때 정확히 콕 찝어서 물량산출이나 단가 근거는 구체적이고 명확히 해달라고 하시면 좋습니다.
전문가 선임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고 직후 글든타임 안에 손해사정 및 손해배상 청구의 전문가를 선임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일반인 입장에서는 사전에 여러 정보를 숙지한다고 하여도 막상 연소피해를 입으면 적절한 대처가 어려울 수 밖에 없죠. 그러다보면 미흡한 대처로 일의 진척도 없이 협의는 지연만 되고, 나아가 손해 입증자료 준비가 미흡하여 실제로 입은 손해를 인정받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초기부터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단, 전문가를 선임하시기 전에 꼭 고려하셔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손해사정사를 선임하실 때는 해당 손해사정서에 대한 책임입니다. 대부분의 계약이 손해사정서 작성에 따른 보수지급이라 분쟁이 해결되기도 전에 전체 또는 일부라도 보수를 지급하게 되는데요, 실제 소송에서 손해사정액이 부정당해 감액이 될 때는 나몰라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리스크를 함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꼭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변호사를 선임하실 때는 청구 손해사정액에 대한 이해도입니다. 물론 승소가 제1 덕목이라 할 수 있지만, 오늘 내용처럼 상대방 과실이 명백할 때는 손해액 주장을 얼마나 잘하냐가 관건인거죠. 만약, 청구 손해사정서의 이해가 부족하다면 법원감정 단계에서 적절한 손해의 어필이 안될 수 있고, 또 간혹 법원감정인의 감정내역에 오류가 있을 경우 이 부분에 대한 적절한 보완을 요청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억울한 상황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하실 때도 손해사정에 대한 이해도를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